2024. 3. 9. 00:44ㆍ국내여행
선비의 섬 백아도 백패킹.
지금까지 다녀온 백패킹 중 제일 좋았다.
백아도를 가려면 덕적도를 먼저 가야 한다.
덕적도에서 나래호로 갈아타고 백아도로 들어갈 수 있다.
덕적도에서 나래로는 하루 한 번 운행하는데 승선 인원은 백여 명 정도이다.
그중 대부분은 굴업도에서 내리고 백아도에는 이날 나 빼고 딱 두 명이 더 내렸다.
그 두 명도 섬주민인듯했다.
인천항 여객터미널에서 덕적도행 배를 타면 저기 다리 근처 항구에서 내린다.
그리고 나래호를 타기 위해 이쪽으로 약 10분 정도 이동한다.
하지만 대부도 방아머리 선착장에서 배를 탔다면 나래호와 같은 항구에 내리기 때문에 이동할 필요가 없다.
이제 나래호를 타고 백아도로 출발한다.
덕적도에서 백아도로 가는 길은 두 가지인데 짝숫날, 홀수날이 다르다.
짝숫날은 덕적도에서 문갑도, 지도, 울도를 경유해서 백아도에 입도하고,
홀수날은 덕적도에서 문갑도, 굴업도를 경유해서 백아도에 입도한다.
어느 쪽으로 가든 백아도가 딱 중간에 있기 때문에 90분 정도 소요되며, 백아도에는 12시 50분경 도착한다.
이날은 홀수날이어서 굴업도를 지나갔다.
그 많던 사람들이 모두 굴업도에서 내렸다.
덕분에 백아도까지 조용하게 갈 수 있었다.
백아도 선착장에서 내린 후 사람과 배가 모두 떠나고 나면 한적함이 몰려온다
따스한 햇살과 바람이 백아도 온 나를 반겨준다.
아무도 없는 이 길을 혼자 걸어간다.
마을로 걸어가던 도중 우측에 등산로 입구가 보여 무작정 올라갔다.
흔들바위를 지나 한참을 걸어갔는데 수풀이 무성하게 자라 길이 보이지 않는다.
계속 수풀을 헤치며 나아갔는데 이젠 완전히 길이 막혀있다.
최대한 가보려 했지만 도저히 갈 수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원점으로 돌아갔다.
나중에 지나가시던 주민분께 물어봤더니 숲에 풀이 많이 자라면 마을 사람들이 다 함께 제초작업을 하는데 올해는 방문객이 적어서 제초작업을 하지 않았다고 하셨다.
흔들바위 위에서 찍은 마을 전경인데 너무나 한적하고 조용해보였다.
딱 내스타일이다.
다시 선착장 인근으로 돌아와서 마을을 향해 걸었다.
어느 정도 걸어가다 보니 마을 입구가 보이고 백아도라는 큰 글씨가 이곳이 백아도인 걸 알려준다.
입구 한쪽에는 낡은 창고가 보이고, 바로 앞에 큰 나무 아래 평상이 있다.
평상에서 한참을 쉬었다.
나중에 마을 주민분이 말씀해 주셨는데, 평상에 앉아있으면 벌레가 사람을 문다고 주의하라고 해주셨다.
마을을 지나 오늘의 박지인 남봉을 향해 출발한다.
가는길 우측에 보건소가 보인다.
조금 가다 보니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는 화장실을 만났다.
화장실을 지나 해변가에 노부부가 텐트를 피칭하고 쉬고 계셨는데 다음날 다시 만나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눴다.
원래 고향이 백아도라고 하셨고 한동안 고향을 떠나 캐나다에 거주하시다가 이번에 부모님 묘를 백아도로 이장하기 위해 남편분과 함께 오셨다고 한다.
백아도가 너무 맘에 들어 집을 얻어서 지내볼까 하고 물어봤는데 백아도 집값은 비싸지 않지만 집을 파는 사람이 없어서 집을 구할 수 없다고 하셨다.
두 분은 벌써 3일째 차박과 캠핑을 하며 백아도에 머무는 중이라고 하셨는데 너무 부러웠다.
박지를 향해 가던 중 쉬어가고 싶은 곳이 보였다.
바닷물이 얼마나 맑은지....
다음날 이곳에서 한참을 쉬어갔다.
드디어 남봉 등산로 입구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박지까진 금방이다.
등산로를 따라 얼마 걷지 않았는데 어느새 박지에 도착했다.
이곳에 우선 텐트를 피칭하고 쉬었다가 남봉까지 다녀오려 했지만 시간이 늦어 다음날 남봉에 가기로 했다.
꿈같은 하루를 지내고 아침에 남봉에 오르려했는데 안개가 너무 심하다.
조금 더 기다려 봤지만 비까지 내려서 포기하고 하산했다.
남봉은 다음에 가야겠다.
하산길에 올라갈 때 못 봤던 대나무 숲길을 만났다.
삼각대를 세워 셀프 사진을 찍었는데 매우 맘에 들었다.
산을 내려왔는데도 안개가 자욱하다.
섬 전체가 해무에 갇힌듯했다.
선착장으로 가던 중 어제 봤던 쉬어갈 곳을 다시 찾았다.
이곳에서 대략 한 시간가량 쉬었다.
어느덧 해무가 사라지고 햇살이 내리쬐었다.
선착장에서 쉬고 있는데 나래호가 도착했다.
이제 집으로 돌아간다.
안녕!! 백아도, 우리 또 만나.
덕적도로 가는 배에서 신기한 섬을 만났다.
배 뒤꽁무니에서 한참을 바라봤는데 아직도 저 섬이 뭔지 모르겠다.
이렇게 이번 백아도 백패킹을 마쳤다.
신비의 섬 백아도,
내 인생 최고의 백패킹이었고 언제든 다시 찾아갈 예정이다.
끝.
** 지난 기억을 되새기며 스스로에게 말하듯 써 내려간 글이기에 존대어가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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